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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책읽는 시간 62] 올리버 색스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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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2005년 출간되어 화제를 모은 <화성의 인류학자>의 지은이 올리버 섹스의 대표작. 뇌신경의 일부가 손상되어 ‘기이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투렛 증후군, 파킨슨병, 위치감각상실 등 신경장애의 임상사례들에 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환자들의 투병 과정을 소설처럼 생생하게 그려낸다.

 책에 등장하는 신경장애 사례들은 대개 인간의 의식, 감각과 조절, 기억 등을 관장하는 두뇌 신경의 이상으로 발생한다. 완전한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장애’이며, 인간으로서의 존재 기반 자체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다른 병과의 차별점을 갖는다. 인식 감각을 잃어버려 보이되 보지 못하고 들리되 듣지 못하며, 스무살 이후의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린다거나, 항생제를 투여받은 다음 날 갑자기 온몸의 감각을 잃어버린다거나 하는 것이 그 예.

 작가는 각 환자들의 일상생활에 파고들어 그들의 증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혼란에 빠진 이들을 치료의 과정으로 이끌어 나간다. 한편으로는 환자들이 신경장애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릎꿇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적응을 모색하며 자신의 감추어진 능력을 일깨워나가는 모습을 묘사하여 그들의 강인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한다.

 각 에피소드 중간마다 ‘뒷이야기’ 코너를 삽입, 저자가 만난 같은 증상의 다른 환자에 대한 경험들을 들려준다. 또한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출간된 이래 30여년 동안 책에 등장하는 임상사례들이 희곡,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각색되거나 차용되기도 했다.


책 속에서 한 문장

 한 블록 정도의 짧은 거리를 지나가는 동안 극도로 흥분한 이 노부인은 4,5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흉내냈다. 만화경과도 같은 빠르기였다. 하나의 흉내는 1,2초 정도에서 끝났고 그보다 빨리 끝나는 흉내도 있었다. 전부 합해서 2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토록 우스꽝스러운 모방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2차, 3차 모방이 있었다. 흉내를 당한 사람들은 찔끔하거나 화를 내면서 그녀를 째려보았다. 그러면 그녀는 다시 그것을 왜곡해서 흉내냈다. 그러면 그들은 더욱 분노하거나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괴이한 공명현상 혹은 상호작용이 점점 퍼져나가 모두가 그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이다. 내가 멀리서 보고 혼란을 일으킨 원인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이 노부인은 그 누구의 흉내도 낼 수 있었다. 흉내를 냄으로써 자기 자신은 사라졌기 때문에 결국 그녀는 그 누구도 될 수 없었다. 수많은 얼굴, 가면, 인격을 가진 이 여성에게 이다지도 많은 정체성이 소용돌이치는 상태는 대체 어떤 것일까? 답은 즉시 나왔다. 1초도 되지 않는 사이에 나왔다.

 자기 자신 및 타인에게서 오는 압력이 너무나도 강해서 이미 폭발 일보 직전의 상태에 있었다. 별안간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노부인은 샛길로 들어가서 초췌한 모습으로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흉내낸 4,50명의 몸짓과 자세, 표정과 태도 즉 그녀의 모든 레퍼토리를 토해냈다. 커다란 팬터마임과도 같은 동작 한 차례로 게걸스럽게 먹었던 50명의 정체성을 모두 토해낸 것이다. 통행인을 흉내내는 행위는 2분간 계속되었지만 그것을 토해내는 것은 한 차례로 끝났다. 10초 사이에 50명을 토해낸 셈이다. 한 사람당 불과 0.2초가 걸린 셈이다. 얼마나 빨리 토해냈는가! – 본문 237~238쪽





필자 소개
올리버 색스 (Oliver Sacks)
– 1933년 영국에서 태어나 런던과 캘리포니아에서 공부하고, 뉴욕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신경병 교수와 브롱크스 자치구 자선병원인 베스에이브러햄 병원의 신경과 전문의를 거쳐, 2006년 현재는 뉴욕대학교 의학대학 신경학과 부교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신경학과 임상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에서 신경과 개업의로도 활동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엉클 텅스텐》,  《소생》, 《편두통》,  등 다수가 있다.

역자 조석현
–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세계경제 100가지 상식》,  《일본경제 100가지 상식》,  《승진의 경제학》,  《이업종 교류》,  《운을 끌어오는 7가지 습관》,  《꼬마반역자》, 《지구제국》,《로도스 전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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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의 시인' 올리버 색스 타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 조석현 옮김 | 이마고 | 2006년 02월 13일 출간
이 책의 원서: (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 : and other clinical tales/Sacks, Oliver




의학계의 시인 올리버 색스가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임상기록!

신경장애 환자들의 임상사례를 문학으로 승화시키며 두뇌에 관한 현대의학의 이해를 바꾼 신경정신학자, 올리버 색스의 대표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의 얼굴과 사물의 형태를 분간할 수 없게 된 음악선생, 과거는 자세히 기억하지만 현재는 기억할 수 없는 남자, 오른쪽을 보지 못하는 여자, 갑자기 성적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 90세 할머니, 바흐 전곡을 외우는 백치 등 기이한 신경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신경학자의 전문적인 식견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환자들과 치료 여부가 미지수인 신경질환 환자들의 임상기록을 소설 형식으로 독특하게 기록하고 있다. 극도의 혼란 속에서도 성장과 적응을 모색하며, 자신의 감추어진 능력을 일깨워나가는 환자들의 모습이 저자의 애정과 신뢰의 시선으로 담겨져 있다.